가까워진 걸까, 멀어진 걸까
—코로나가 만든 '아이러니한' 거리두기 풍경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몰고 왔고,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낯선 생활 방식을 배우게 되었다. 마스크 착용과 비대면 모임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바로 식사 문화였다.
방역 당국은 "마주앉지 말고 나란히 앉아서 식사하라"고 권고했다. 코로나 이전에 이런 광경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전까지 친한 친구나 연인이 아니라면, 둘이 나란히 앉아 식사하는 모습은 낯설고 어색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란히 앉아 식사하기'가 오히려 안전하고 권장되는 방식이 되었다. 마주 앉을 경우 침방울 전파 위험이 높아 옆으로 앉아 시선과 대화 각도를 바꾸는 것이 권장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한다. 과연 우리는 가까워진 걸까, 멀어진 걸까?
첫째, 가까워진 측면이 분명 존재했다. 사람들은 물리적 거리로 인한 관계 단절을 두려워하며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아나섰다. 전화, 메시지, 화상 통화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는 연결의 수단이 되었고, SNS와 온라인 모임은 일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식사 자리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드러났다. 옆으로 앉으면서 "얼굴 보기 힘들다"는 아쉬움과 동시에, 더 깊이 있는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비대면 문화가 역설적으로 새로운 친밀감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반면 멀어진 측면 또한 분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임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사람들 간의 물리적 접촉은 최소화되었다. "요즘 시국이 시국이라..."라는 말과 함께 약속은 미뤄졌고, 한때 자주 보던 얼굴들은 점점 희미해졌다.
'나란히 앉는다'는 행위조차 이제는 단순한 방역 에티켓이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친밀함의 상징이었던 행동이 이제는 안전을 위한 완충 지대로 변모한 것이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전염병은 항상 문화와 일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어떤 변화는 사라지고, 어떤 변화는 새로운 관습이 된다. '나란히 앉기'의 미래 역시 아직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시기를 통해 '거리'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물리적 거리를 넘어 심리적, 정서적 거리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가까워지기 위한 거리두기'라는 역설적 풍경을 발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리적으로는 멀어졌지만, 서로를 더 깊이 배려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마음은 오히려 가까워진 셈이다.
이 기억은 언젠가 "그때는 나란히 앉아 밥 먹는 게 안전했대!"라는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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